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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 인디언 스카우트 시승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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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일18-12-12 16:20 조회3,787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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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디언 모터사이클은 지구상 모터사이클 제조사 중 가장 오래된 업체 중 하나다. 그 역사가 무려 114년에 이른다. 어지간한 브랜드는 여기에 명함 내밀기도 부끄러운 수준이다. 인디언 모터사이클은 아메리칸 크루저의 역사를 시작했고 한참을 달려 트렌드에 걸맞는 새로운 모델을 쏟아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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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 하나가 ‘스카우트(Scout)’다. 스카우트는 1920년에 첫 생산된 모델이다. 인디언 모터사이클이 1901년에 문을 열었으니 거의 맥을 같이 하는 정도의 전설적 모델이다. 긴 세월을 겪으며 모터사이클 역사를 함께 한 노장이지만 현재 우리 앞에 등장한 스카우트는 최신 기술을 답습한 네오 클래식 크루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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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래 스카우트는 강력한 퍼포먼스 바이크로 유명했다. 버트 먼로(Burt Munro)가 1960년대에 본네빌에서 기록한 최고속 덕분이었다. 그 이전에는 이미 스포츠 바이크로써 명성을 날리기도 했다. 인기 레이스 팀이었던 Wrecking Crew의 메인 머신이었기 때문이다. 1943년에는 품질을 인정받아 무려 3만여 대 이상이 2차 대전에 팔려나가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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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년을 기점으로 재등장할 인디언 스카우트는 과거의 명성을 잊지 않은 듯 하다. 말 그대로 최신 퍼포먼스 크루저의 명맥을 새롭게 하고 있다. 이를 확인하기 위해 뉴질랜드 월드 프레스 라이딩에 참가해 면모를 직접 체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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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카우트의 첫 인상은 무척 ‘트렌디’한 젊은 세대의 크루저에 가깝다. 인디언 특유의 여유롭고 느긋한 분위기와는 다소 다르다. 특히 전체적인 실루엣은 그야말로 스타일리쉬하다. 두툼해 보이는 앞/뒤 타이어를 기본으로 당당히 꽉 차있는 빅 트윈 엔진, 그리고 뒤를 향해 길게 뻗은 배기 시스템이 인상적이다. 또 솔로 시트를 기본 채용해 담백한 멋이 눈길을 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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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트에 앉으면 무척 낮은 시트고로 인해 마음이 편하다. 말 안장과 닮은 시트는 착석감이 무척 좋다. 팔을 뻗어 핸들 그립을 잡으면 어깨를 슬쩍 앞으로 당기게 된다. 풋 스텝은 생각 외로 앞 쪽에 위치해 일반적인 퍼포먼스 크루저와 달리 느긋하게 달리는 포지션이 연출된다. 전체적인 라이딩 포지션은 윗 급 인디언인 치프 시리즈와 상당히 유사하다. 넓고 넉넉한 포지션 그대로다. 동급 경쟁 모델들에 비하면 더욱 여유로운 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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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을 걸기 위해서는 키를 왼쪽 엔진 룸 위에 위치한 이그니션 홀에 꽂아야 한다. 얼핏 엔진에 주사 바늘을 찔러 넣는 기분이 들기도 한다. 키를 돌리면 둥근 계기반 내에 작게 포함된 디지털 디스플레이가 작동한다. 작은 액정 창에서 다양한 정보를 볼 수 있는데, 보통은 엔진회전을 표시하게끔 켜놓게 된다. 퍼포먼스 크루저다운 설정이다. 그 외에 평균 연료소비율이나 차량 상태를 확인할 수 있는 인디게이터가 촘촘히 배치되어 있다. 정보가 한 곳에 모여 있어 정보를 읽어 들이기는 무척 간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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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동은 셀 스타터 한번으로 가볍게 걸린다. 엔진은 수랭 V형 2기통이며 배기량은 69큐빅 인치다. 큐빅인치는 미국에서 즐겨쓰는 표기법인데, 우리 식으로 쉽게 말해 1,133cc의 크기다. 오버 리터 엔진임에도 진동은 크지 않다. 둥둥 거리는 박동은 슬쩍 어긋나면서 엇박자를 낸다. 짐승이 숨을 헐떡거리며 으르렁 거리는 것 같다. 이 맛에 빅 트윈 엔진을 사랑하지 않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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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단을 넣고 슬쩍 클러치를 붙이면 제 스스로도 힘들이지 않고 스르륵 전진해 나간다. 저속 토크는 충분히 합격점을 줄 만하다. 2단, 3단도 마찬가지로 저회전에서 토크가 상당히 묵직하다. 역시 배기량이 크기 때문인가, 라고 생각할 즈음 뻥 뚫린 직선 주로가 펼쳐진다. 무릎에 힘을 단단히 주고 탱크를 조이고 스로틀을 끝까지 감아봤다. 3단, 4단을 넣으면서 맹렬하게 가속하는 스카우트 시트 위에서 느낀 점은 한 가지다. 스카우트는 ‘퍼포먼스 크루저’가 확실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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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리터가 훌쩍 넘는 엔진임에도 7,000rpm 가깝게 돌리는 것이 전혀 부담스럽지 않다는 사실은 쉽게 납득하기 어려웠다. 어디까지나 크루저 카테고리임은 분명한 사실이며 저속 회전역이 가장 달콤한 엔진임에도 이 정도까지 고회전 영역까지 가볍게 도는 사실이 놀랍기 그지없다. 가속감은 약 3,000~5,000rpm에서 가장 강렬하다. 이 영역이 가장 유쾌하기 써먹기 좋은 ‘핫 스팟’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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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단 기어는 3단부터 슬쩍 여유 있게 늘어지는 세팅이다. 최고 속도는 엔진 파워만을 감안하면 시속 200킬로미터는 가볍게 끊어낼 수 있지만 실제 테스트한 속도는 시속 170킬로미터다. 가속감이 두툼해서 이 속도까지 오르는 데 부담은 전혀 없다. 맞서 부는 주행풍이 부담이라면 모를까, 엔진은 끈기가 넘친다. 6단 톱기어를 넣고 시속 80킬로미터로 달리는 것은 그야말로 한가롭게 느껴진다. 회전수 2,500rpm 전후로 유지할 수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본 힘이 발휘되는 영역에 금새 들어설 수 있어 언제든 포탄처럼 가속할 수 있다. 흡사 전설적 스카우트 라이더 ‘에르윈 베이커’의 별명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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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론트 서스펜션 주행감은 무척 부드럽다. 낭창거린다는 의미와는 조금 다르다. 왜냐하면 스트로크(작동폭) 자체는 꽤 짧기 때문이다. 압축/신장, 즉 늘어났다 줄어들었다 하는 느낌이 무척 부드럽다. 살짝 말캉거리는 느낌이라고 해야 하나. 그래서 아스팔트 입자가 거친 뉴질랜드 시골길을 달릴 때도 서스펜션이 열심히 움직이는 걸 언제나 느낄 수 있다. 리어 서스펜션은 특이한 사항이 없다. 보통 크루저들이 많이 쓰는 듀얼 타입이고 프론트에 비하면 좀 단단하다. 아마도 2인 승차나 새들백 등 짐 적재 시 추가 하중을 고려한 듯 보인다. 함께 시승한 각국 기자들도 서스펜션 세팅이 무척 독특하며 일반적인 크루저의 것이 아니라며 진지하게 이야기를 나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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덕분에 브레이킹 세팅도 그리 날카롭진 않다.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민감한 부분인데, 말하자면 일반적인 동급 스트리트 크루저에 비하면 별 차이는 없다. 엔진 성능이 출중하기 때문에 브레이킹도 조금 더 예민하리라 기대했던 걸지도 모른다. 하지만 부드러운 프론트 서스펜션 세팅에 이 이상 날카로운 브레이킹 답력을 바라는 것은 무리다. 원하는 시점에 서주는 것만으로 충분하다. 리어 브레이크를 더 자주 사용하게 되는 것은 하중이 뒤로 쏠려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비교적 단단한 리어 서스펜션 탓도 있다. ABS는 기본 사양이라 필요한 시점에 정확히 개입해 주는 점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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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 루트 중 와인딩 코스는 생각 외로 자주 등장했다. 섬나라인 뉴질랜드는 고저차가 큰 도로와 언제나 시야에 보이는 산 혹은 바다가 인상적이다. 타이트한 코너는 물론 롱 코너도 종종 앞을 가로막는다. 스카우트 시승지를 왜 뉴질랜드로 잡았는지 이해가 된다. 코너링 퍼포먼스는 준 스포츠 바이크로 봐도 좋을만하다. 최근 경험한 크루저 중 가장 피드백이 좋고 명료한 움직임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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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히 브레이킹 후 선회를 시작하는 시점에서 서스펜션의 움직임을 느끼기 매우 좋다. 하중에 민감하게 반응하는 프론트 서스펜션이 이럴 때 큰 장점이 됐다. 섀시는 일반적으로 즐겨 쓰는 파이프 프레임방식을 과감히 탈피했다. 스포츠 바이크에나 사용하는 알루미늄 주조 프레임을 써 뼈대가 다름을 증명했다. 과연 성능은 라이딩 테스트에서 고스란히 드러날 수밖에 없다. 모든 물리적 반응이 스포츠 바이크와 일치했다. 명료하고 담백한 피드백은 물론 차체 거동이 단단하고 솔직하게 느껴졌다. 스텝을 뒤로 물리고 스포츠 바이크 식으로 개조하면 어떨까 하는 의문이 커지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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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 본사 담당자는 만찬에서 기자를 두고 초청한 전 세계 기자 중 가장 스포티하게 즐기고 있다며 엄지를 치켜들었다. 그렇다. 스카우트는 결코 느긋한 크루저의 범주에 넣을 수 없다. 그러기에 기본기가 무척 잘 정리되어 있다. 마치 스포츠 바이크를 만들다 라이딩 포지션을 바꿔 크루저로 바꿔 출시한 듯하다. 그만큼 한계 성능이 높은 바이크다. 밸런스가 좋은 섀시는 탄탄한 직진 주행성도 충분히 보장하기 마련이다. 섀시는 어떤 돌발 상황에도 당황하는 기색이 없다. 나야말로 엄지손가락을 들어 화답할 수밖에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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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은 앞/뒤 모두 16인치로 작고 단단한 느낌이다. 보통의 스트리트 바이크가 채용하는 17인치와 달리 같은 사이즈 타이어를 써도 더 다부져 보인다. 둥둥거린다기보다 텁텁거리는 건조한 배기음과 어울려 옹골찬 느낌이 가득이다. 앞 브레이크 시스템은 싱글 디스크 단동식 2피스톤 캘리퍼, 리어는 1피스톤이다. 디스크 크기는 앞/뒤가 298밀리미터로 완전히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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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비는 정확히 측정하지 못했지만 테스트 내내 가혹한 환경을 달렸음에도 급유시점이 자주 오지 않은 것으로 기억한다. 전체 스카우트 테스트 차량 모두 같은 조건이었으나 일평균 200킬로미터 가깝게 달린 것을 감안해도 어느 한 명 주유 요구를 한 적이 없었기 때문이다. 차량 무게는 253킬로그램으로 만만한 수치가 아니다. 하지만 워낙 시트고가 낮고 저중심 설계라 막상 올라타면 그렇게 무겁다는 느낌이 들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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폴라리스는 인디언 스카우트를 두고 ‘모터사이클을 타보고 싶은 사람’에게 추천할 수 있는 크루저라고 했다. 말하자면 멋있어 보여서 한번쯤 타보고 싶다는 정도로 소극적인 사람에게도 권할 만큼 타기 쉽다는 해석이 된다. 하지만 약 사흘간 쉬지 않고 온갖 길을 달려 테스트한 결과는 조금 다르다. 초보자나 여성라이더에게 사랑받는 것은 물론 모터사이클 경험이 많은 베테랑 라이더에게도 추천하기 충분하다는 것. 엔진은 100마력을 발휘한다. 어느 정도 경험이 있는 라이더라면 ‘100마력’이라는 숫자가 일반인으로써 스트리트에서 즐기기 가장 심심치 않은 배기량이라는 것을 알 거다. 이 바이크에게 느끼는 단 한 가지의 불만이 있다면 의외로 높은 스포츠 성능 덕에 선배 치프 시리즈와 유사한 느긋한 라이딩 포지션이 조금 어색하다는 것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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액세서리 파츠도 충분히 구비된다. 예를 들면 맞바람에 대응하기 위한 대형 윈드스크린, 천연 TAN 가죽 새들백과 동승자 허리를 편안하게 기댈 수 있는 백 레스트(이것 역시 가죽) 등이다. 핸들 포지션을 바꿀 수 있는 다양한 핸들바는 두 말할 필요도 없다. 인디언 스카우트는 차체 색상에 따라 1,850만원부터 시작한다. 색상은 인디언 레드, 썬더 블랙, 실버 스모크, 썬더 블랙 스모크로 네 가지가 준비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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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저트 탄 가죽을 상징으로 아메리칸 퍼스트 메이드 크루저를 자칭했던 대형 크루저 치프 시리즈를 뒤 이은 젊은 인디언, 스카우트는 내년 1월부터 우리나라 공식 딜러에서 만나볼 수 있다. 인디언 모터사이클 브랜드 이미지는 고풍스럽기 그지없다. 대부분 인디언 모터사이클을 접한 사람이라면 그렇게 느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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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신형 스카우트를 보는 순간 그간의 인디언 모터사이클 이미지를 완벽히 잊게 될 것이다. 최근 만난 크루저 중 가장 진보되어 있는 메카니즘, 그리고 그 위에 덮인 인디언의 향취가 무척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한가로운 주말을 꿈꾸는 뭇 남성들의 로망이 될 인디언 스카우트, 이 어린 인디언은 예상치 못한 크루저의 새로운 면모를 완벽하게 그려냈다.





글 임성진 기자
사진 Polaris Industries
시승 협조 화창상사(주) 
제공 라이드매거진(ridema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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